전설 속 공간에서 깨어나다 아틀란티스 더 로얄
Published September 1, 2025 / September 2025 issue
상상 이상의 공간을 만나면 잠시 현실감각을 잃곤 한다. 초럭셔리 호텔 아틀란티스 더 로얄에서의 3박 4일은 그렇게 꿈처럼 다가왔다. 두 바이 팜 주메이라가 품은 아틀란티스 더 로얄은 두바이의 하늘과 바다가 교차하는 가장 환상적인 공간에 자리한다. 화려한 금속과 유리의 조형, 공중에 펼쳐진 듯한 스카이브리지는 아름다운 압도감을 선사한다. 마치 전설 속 태곳적 도시를 현대에 불러온 듯한 이곳에 발을 들 이는 순간, 환상의 서막이 열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전설 속 공간에서 깨어나다
아틀란티스 더 로얄
몽환과 환상, 실험적인 럭셔리 호텔
두바이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 공항에서 약 45분을 달려 도착한 아틀란티 스 더 로얄은 석양 속에서도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유리와 금속이 직조하듯 쌓아 올린 거대한 구조물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공중에 섬처럼 떠 있었다. 분 수에서 불과 물이 함께 솟구치는 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실험적인 럭셔리 리 조트’라는 찬사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체크인을 마치고 나서도 한 동안은 로비의 물결치는 조형물에 시선을 뺏겼다. 마치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분위기이다. 동시에 이곳에서는 분명 특별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 감이 넘실거렸다. 아틀란티스 더 로얄은 43층 높이에 760개의 객실과 15개의 레스토랑, 세계 최대 규모의 해파리 수족관을 품고 있다. 44개의 스위트룸은 각자의 전용 인 피니티 풀을 갖추고 있어 구름 위에서 수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경험을 선사 한다. 무엇보다 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설계되었다. 43층 높이 의 초고층 건물은 여섯 개의 타워가 교차하며 쌓아 올려진 독창적인 구조로, 마치 거대한 레고 블록이 수평과 수직으로 맞물린 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스카이 브리지와 공중 정원은 건축과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낮에는 유리와 금속이 햇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고, 밤 에는 수천 개의 조명이 바다와 어우러져 또 하나의 별자리처럼 반짝인다. 공 간 구석구석 신화 속 도시에 들어온 듯한 설렘을 안기는 곳, 인간의 상상을 현실로 빚어낸 공간에서 과연 어떤 여정이 펼쳐질까? 특히 세계 곳곳 최고의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만큼 미식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리스 신화를 품은 한 접시 | 에스티아토리오 밀로스(estiato- rio Milos)
체크인을 마치자 출출함이 밀려왔다. 아틀란티스 더 로얄은 미식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이 엄선되어 있다. 한 끼도 대충 때울 수 없는 법, 첫 식사는 그리스에서 온 레스토랑 ‘에스티아토리오 밀로스’로 정했다. 바다의 신선한 기운이 그대로 살아 있는 생선과 해산물이 얼음 위에 늘어선 모습에서 식재료에 대한 자신감이 전해졌다. 두바이의 스카이라인이 야경으로 펼쳐진 테라스에 자리를 잡자 낭만이 더해
졌다. 가장 먼저 만난 요리는 ‘Milos Special’. 종잇장처럼 얇게 썬 주키니와 가지를 바삭하게 튀겨 사카나키 치즈와 자츠키 소스와 함께 내놓는 시그니처 메뉴이다. 단 순해 보이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신선하고 깔끔한 풍미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두껍게 쌓은 소금에 구운 담백한 지중해식 생선구이가 든든함을 더해준다. ‘최고의 재료는 그 자체로 완벽하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단순하지만 조화로운 그리 스식 식탁. 바다와 태양이 어우러진 근사한 저녁이었다.
세계의 아침을 여는 미식 시장 |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안락한 객실에서 여독을 풀고 맞이한 레스토랑의 아침은 활기가 넘친다. 레스토랑 은 세계 각지의 향신료와 요리가 한자리에 모인 작은 미식의 시장을 방불케 한다. 갓 구운 크루아상 사이로 퍼지는 버터 향, 라이브 쿠킹 스테이션에서 갓 구워낸 팬 케이크와 오믈렛, 아시아 코너에서 만난 따끈한 국수 한 그릇, 신선한 치즈와 과일 까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두바이의 아침 햇살과 진한 커피 향이 더해지자 접시 위 에 놓인 음식들은 단순한 아침 식사가 아니라 다채롭고 역동적이며 우아한 오늘의 여정을 여는 서곡처럼 느껴졌다.
바다와 음악, 미식이 어우러진 오마카세 | 노부 바이 더 비치(Nobu by the Beach)
오후의 햇살과 함께 만난 곳은 ‘노부 바이 더 비치’. 미니멀한 일본식 디자인으로 이 름난 Nobu 레스토랑이 최초로 선보이는 초호화 풀 & 비치 클럽이다. 세계적인 미 식의 아이콘이 해변으로 내려오면 어떤 경험을 선사할까? 라군 풀은 거울처럼 반 짝이고, 나무와 유리가 어우러진 공간은 일본식 해안가 주택을 연상케 한다. 바람은 여유롭게 흐르고, 그 안에 음악이 파도처럼 겹겹이 스민다. 낮은 톤의 하우스 비트 가 햇살을 감싸며 공간 전체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완성한다. 데이베드에 몸을 맡
기니 세상은 더 느긋해지는 느낌이다. 은은한 샴페인의 기포와 함께 맞 이하는 웰컴 플래터, 손끝까지 시원하게 감기는 노부 아이스크림까지.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가 세심하다. 메뉴는 역시 노부다웠다. 미소에 절인 블랙 코드가 타코로 재탄생하고, 참치와 세비체는 바다의 신선함을 그대로 품었다. 문어 위에 올려진 망 고 시소 살사는 달콤하면서도 산뜻함을 남겼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미 학적이고, 입 안에 머무는 모든 맛이 하나의 공연처럼 펼쳐졌다. 노부 바이 더 비치는 단순한 비치 클럽이 아니다. 음악, 음식, 서비스 그리고 디자인이 어우러진 놀라운 경험의 총체다. 해가 수평선에 기울고, 하늘 이 붉게 물들수록 이곳은 더욱 특별한 감성으로 마음에 남는다. 일본의 절제미와 두바이의 럭셔리가 교차하는 공간, 노부 바이 더 비치는 그 자 체로 하나의 여행지로 기억되었다.
세계 최대 규모 워터파크 | 아쿠아벤처 월드 워터파크 (Aquaventure World Waterpark)
아틀란티스 더 로얄의 즐거움은 건물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투숙객이 라면 누구나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워터파크, ‘아틀란티스 아쿠아 벤처’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무려 22.5헥타르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 안에는 105개의 슬라이드와 어트랙션이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50개 워터슬라이드를 보유하고 있다. 곤두박질치 듯 떨어지는 하이 스피드 슬라이드에서 짜릿한 스릴을 실컷 즐긴 후 유 수풀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흘러가는 코스가 정석. 여유를 누린 후 1km 에 이르는 전용 해변의 선베드에 누워 햇살을 즐겨도 좋다. 잠시 쉬어 갈 때는 26곳에 흩어져 있는 레스토랑과 바에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며 충전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보라 소리와 환호성만으로도 심장이 두 근거리는 곳. 어른도 아이도 제각각의 모험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두바이의 밤에 만난 페루의 영혼 | 라 마르(La Mar by Gast ó n Acurio)
세계 미식 여행은 여전히 순항 중. 저녁에는 페루의 심장을 두바이에 옮 겨온 듯한 ‘Gast ó n Acurio의 La Mar’에 자리를 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 서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청량한 블루와 따뜻한 우드 톤이 어우러 진 인테리어는 바다와 땅, 페루의 풍요로운 자연을 떠오르게 했다. 개방 적인 오픈 키친에서는 조리하는 활기찬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한 끼 식사를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격상시키기 충분했다. 자리를 잡고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세비체 바였다. 유리 너머로 셰 프가 갓 손질한 생선을 라임즙에 재우고, 고수와 적양파, 아히 아마릴로 소스를 빠르게 섞어내는 장면은 참으로 우아했다. 바다를 품은 그 세비 체를 입에 넣으면 순간 상큼한 산미, 바다의 짭조름함, 허브의 싱그러움 이 겹겹이 쌓이며 미각을 깨운다. 특히 세비체는 각기 다른 개성으로 변 주가 가능한데 불 향 가득한 안티쿠초와 함께 어우러지니 남미의 열정 이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이다. 페루의 가정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레 시피가 현대적인 레스토랑에서 이토록 세련된 모습으로 되살아나다니. 이것이 세계 각 나라의 미식을 존중하는 아틀란티스 더 로얄의 특별한 감각이 아닐까.
음악과 칵테일이 어우러진 밤 | 링링(Ling Ling)
밤과 낮,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아틀란티스 더 로얄. 어둠이 깊어지면 최상층에 자리한 ‘링링’ 클럽이 새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아틀 란티스 더 로얄의 숨겨진 심장이라고 할까? 동양적인 무드와 현대적인 감각이 교차하는 공간은 그 자체로 예술적이다. 링링의 진짜 매력은 음 악이다. 글로벌 DJ들이 만들어내는 비트는 몸과 마음을 흔드는 역동적 인 힘으로 압도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미식이다. 보통의 클럽이라면 음료가 중 심이겠지만 링링은 달랐다. 아시아 퓨전의 창의적인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칵테일은 하나하나 예술 작품처럼 섬세했다. 한 접시로 즐기 는 홋카이도 와규와 랍스터 스시는 칵테일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낮에는 바닷바람과 함께 미식을, 밤에는 음악과 불빛 속에서 에너지를. 아틀란티스 더 로얄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낮과 밤이 극적으로 교차하 며 완성된다.
고요하고 신선한 아침 선물 | 로얄 클럽 라운지(Royal Club Lounge)
셋째 날 아침은 ‘로열 클럽 라운지’에서 느긋하게 시작하기로 했다. 전 날의 활기찬 조식 뷔페 와는 확연히 다른, 고요하고 섬세한 분위기가 이 곳의 매력이다. 라운지에 들어서자 창가로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지고, 창밖으로는 분수가 물결치듯 흩어지며 작은 공연을 선보인다. 그 풍경 을 바라보며 한 모금의 커피를 들이키자 은은한 향이 퍼지며 몸과 마음 이 함께 깨어난다. 정갈하게 차려진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각종 치즈와 갓 구운 빵, 제철 과일을 느긋하게 즐기다 보니 아침 시간도 훌쩍 지난다. 시끄럽지 않고, 화려함을 강요하지도 않는 이 아침의 정서는 오히려 특별했다. 여행 중 에도 일상의 리듬을 회복하는 순간이 필요한데 로얄 클럽 라운지가 제 격이다. 특히 직원들의 세심한 서비스와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긴장을 풀고 하루를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하늘 맞닿은 구름 위의 풀 | 클라우드 22(Cloud 22)
드디어 가장 기다리던 순간이다. 아틀란티스 더 로얄에 왔다면 놓칠 수 없는 하이라이트, Ounass x Dolce&Gabbana가 인수한 ‘클라우드 22’ 스카이풀에 올랐다. 눈 아래로 펼쳐진 건 두바이의 스카이라인과 끝없
이 이어진 아라비아해. 이름처럼 구름 위에 걸린 듯한 스카이풀은 전설 속 낙원을 눈앞에 불러온 듯했다. 풀사이드에 몸을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아 본다. 스치는 바 람, 잔잔한 음악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즐기는 시간이 필요하다. 두바이의 청명한 하늘을 품은 풀에 몸을 맡기고 있노라면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을 낼 수 있다. 현 실과 환상의 경계, 휴가지에서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이곳에서 즐기는 미식은 우아함의 정점이다. Cloud 22에서는 참치 타르타르와 캐 비어 토스트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다가온다. 접시 위에 담긴 패션 감각과 셰프 의 정교한 손길이 합쳐져 명품의 격조를 지닌 한 입을 완성한다. 눈으로 충분히 즐 긴 뒤 조심스레 음미하면, 바다의 풍미와 럭셔리 브랜드의 미학이 어우러진다. 맛있 고 근사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시그니처 칵테일 ‘Above the Cloud’. 투명한 잔 안에 담 긴 칵테일은 층층이 색을 달리하며 마치 노을 속 구름을 닮아 있었다. 한 모금 입에 머금는 순간 상큼한 과일 향이 먼저 퍼지고, 뒤이어 은은한 허브와 진의 향이 올라 온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칵테일을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묘한 해방감이 찾아온다. 정말로 구름 위에서 유영하는 기분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낯설지만 따뜻한 이국의 만찬– 아리아나스 페르시안 키친 (Ariana’ s Persian Kitchen)
여행의 마지막 밤, 다양한 전설을 품고 있는 페르시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마치 페르시아 시골집을 옮겨놓은 듯한 ‘아리아나스 페르시안 키친’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벽마다 장식된 푸른 페르시아 타일과 은은한 장미향이 감도는 공기 가 이국적이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처음 접해보는 페르시안 요리는 과연 어떤 맛일지 호기심이 커진다. ‘고르메 사브지’는 다섯 가지 허브와 건조 라임이 어우러 진 이란의 국민 요리이다. 고기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리며 짙게 훈연된 향과 허
브의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낯설지만 따뜻하게 다가오는 한 접시, 그 온기에서 대중적인 음식의 힘을 느낀다. 덕분에 이란의 가정집에서 정중한 환대를 받는 기분 이 들었다. 식사의 끝은 따뜻한 차와 바클라바였다. 바삭한 반죽과 은근한 꿀 향, 고소한 견과 류가 어우러진 한 조각은 여정의 마지막을 달콤하게 정리하는 쉼표가 되어 주었다. 아리아나스 페르시안 키친은 낯선 이국의 땅에서 고향의 따스함을 일깨워주었다. 그래서일까. 여행 마지막 날, 허물없이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밤을 즐겼다. 전혀 낯선 맛과 향이지만 일상이 담긴 음식은 상대의 마음을 녹이는 힘이 있다.
환상을 즐기고, 세계를 맛보다
아쉽지만 마지막이다. 여정의 끝, 다시 가스트로노미의 조식으로 돌아왔다. 세계 각 국의 맛이 교차하는 곳에서 신선한 빵과 치즈, 향긋한 커피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이곳에서의 3박 4일을 되새겨본다. 아틀란티스 더 로얄은 나를 매 순간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줬다. 눈길이 머무는 순간마다 예술과 건축, 미식 과 문화가 서로 얽히며 놀라운 장면을 연출한 덕분이다. 바다가 하늘이 이어진 풍 경, 낮에는 찬란하고 밤에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작품처럼 다가 왔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펼쳐진 다채로운 미식의 향연은 그야말로 세계 일주였다. 그리 스의 풍미를 담아낸 에스티아토리오 밀로스, 일본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Nobu by the Beach, 페루의 바다와 정열을 옮겨온 라 마르, 그리고 은은한 장미향 속에서 만난 이란의 가정식 아리아나스 페르시안 키친까지. 한 접시의 음식은 그 나라의 풍경과 사람, 시간을 품는다고 한다. 덕분에 이곳에서의 식사는 거대한 문화 지도를 따라가는 또 다른 여행이었다. 한 호텔에 머물렀을 뿐인데 세계 한 바퀴 돈 듯 여운 이 남는 곳, 나만의 꿈같은 전설이 아틀란티스 더 로얄에서 만들어졌다.
HOTEL · TRAVEL
September 2025 · PRINTED PAGE 48–57